127월일상을 씁니다더러는 행복했기를하루키의 말처럼,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일부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걷는다. 죽음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언젠가 반드시 도착하게 될, 마지막 역일 뿐이다. 이전까지 죽음은 나에게 피할 수 없는 무거운 숙명처럼 다가왔다.
216월일상을 씁니다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것은 깊은 인내를 요구한다. 인내의 시간은 입을 무겁게 만들고, 짙어진 침묵은 존엄을 갉아먹는다. 시간을 늘릴 수도, 아픔을 덜어줄 수도 없다. 기도도, 위로도, 손길도 더 이상 생명을 붙들지 못한다.
185월일상을 씁니다나는 노래하지 못했다5·18 민주화운동 45주년 전야제가 있던 날에도 아버지를 뵈러 광주에 갔다. 전야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병원과는 거리가 멀어 애초에 들를 생각이 없었다. 점심때까지 아버지 곁에서 시간을 보냈다. 긴 시간 운전으로 뻣뻣해진 몸은
015월일상을 씁니다낯섦이 낯익어지고 있다새벽 기차를 타고 아버지가 계신 병원에 도착했다. 연휴로 인해 방문객이 많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병동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병실에 들어서자, 간병인이 아버지를 휠체어로 옮기려는 참이었다. 넘어지지 않으려 간병인의 목을 감싸고 있는 아버지의
054월일상을 씁니다봄비가 온다아침부터 비가 내린다.조용히봄, 비가 온다. 토요일이면 따뜻한 물 한 병과 야외용 매트를 주섬주섬 챙겨 광화문으로 향하곤 했다. 나설 때 뜨거웠던 마음과 달리 차가운 아스팔트에 두어 시간 앉아 있다 보면 여간 힘든 게
013월생각을 씁니다봄이 오라 썼다긴 겨울 머물던 하얀 머리맡에 봄볕이 깊숙이 파고든다 얼굴은 무각사 진달래처럼 붉고 미소는 운천 벚꽃처럼 따뜻하다 언 땅 깨우는 잡초의 힘으로 박씨 물고 돌아온 제비
152월일상을 씁니다서걱이는 손맛의 그문드코튼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획의 안정성입니다. 끝을 날려 쓰거나, 정자체로 또박또박 써도 펜촉이 밀리지 않고 획이 가지런하게 떨어지는 느낌. 이게 바로 그문드코튼
152월일상을 씁니다경계에 서다어느 하나에도 깊이를 느끼지 못했고, 내 스스로 세상과 격리된 것 같다. 제법 포근함이 느껴지는 날씨다. 단골 카페에서 느긋한 오전을 보냈다. "어느 하나에도 깊이를 느끼지 못했고, 내 스스로 세상과 격리된 것 같다.
082월일상을 씁니다사탕수수지 vs 밀크 프리미엄지 사용기사탕수수지 vs 밀크 프리미엄지 사용기 만년필 사용자에게 종이는 글을 담아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캘리그라피, 필사, 일기, 자유로운 메모 등 그 용도에 따라 종이에 기대하는 성질도 달라집니다. 이번에 소개할 사탕수수 종이(Ledesma) 와 밀크 프리미엄 종이(한국제지) 는 일반 복사지 형태로 되어
301월일상을 씁니다불멸의 화가 반 고흐, 감정에 부서진 감동There is nothing more truly artistic than to love people.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예술적인 일은 없다. Vincent van Gogh 생전에 팔렸던 그림은 단 한 점.불꽃 같은 예술로 짧았던 생의 마지막을 불태운 전설적인
3012월일상을 씁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평소 내 휴대전화는 늘 무음 상태였다. 긴급재난 문자 알림까지 꺼둔 채 지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쓰러진 뒤, 벨소리를 최대 음량으로 바꿨다. 아직 익숙하지 않다. 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예기치 못한 상황들과
1412월일상을 씁니다비로소 고요해졌다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장아찌를 받은 지, 딱 일주일만이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머릿속을 지배한 건 단 하나의 질문이었다. ‘응급실로 가셨다. 그다음은?’ 초조한 마음에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타들어 가는 내 마음과 달리 세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