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책의 성격상 필사할 내용은 아니다. 단지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인덱스 했는데 하다 보니, 이건 뭐… 포스트잇으로 날개를 단 모양새다.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작가는 (내용은 어려울 수는 있으나) 비교적 쉬운 언어로 글을 쓴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 책을 집필하는데 두 달여 정도 걸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읽다 보면 머리말부터 맺음말까지 일필휘지로 단숨에 써 내려간 느낌이다. 쉽고 빠르게 읽힌다. 책은 6개의 장(제1장 그를 보며 깨달은 것, 제2장 여당이 참패한 이유, 제3장 언론의 몰락, 제4장 그가 인기 없는 이유, 제5장 그의 적들, 제6장 그의 운명)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제3장 언론의 몰락’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우리가 알던 저널리즘의 몰락과 새로운 저널리즘의 힘에 대한 해석이 인상 깊었다.
‘그를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가?’에 대한 질문에 유시민은 ‘사퇴’, ‘협치’, ‘대결’이라는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기 객관화 또는 메타인지 능력이 제로인 그는 자진 사퇴 결정이 불가하다. 스스로 사유하지 못하고 학습 능력이 없는 그는 알파 메일 *고블린과 같다. 따라서 협치는 자진 사퇴보다 더 불가하다. 이렇게 두 가지 방법 모두 불가하므로 결국 남은 것은 ‘대결’뿐이다. 대결의 결과는 탄핵이다. 탄핵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러한 정치 양극화, 적대적 대결, 보복 정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저급한 정치가 무한히 반복되리라는 것이다.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 침팬지. <침팬치 폴리틱스, 프란스 드 발>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고, 정치 또한 원래 그렇게 싸우는 것이라고, 그것은 한낱 이상에 불과하다고 예단할 것은 아니다. ‘고리를 한 번 끊는다고 바뀔 것이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의 질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본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촛불 항쟁(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은 집회 참여 누적 연인원이 1,600만 명이 넘는 평화적 운동이었다. 이를 통해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파면을 선고 했다.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유례없는 한 장면이다. 우리는 지구상 가장 진보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낸 국민이지 않은가?
코끼리가 움직일 때마다 박살 나는 도자기를 보고 있으면 미칠 지경이다. 지금 이 암담한 현실은 코끼리가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가게 만든 사람들의 책임이다. 우리의 책임이다. 그래서 유시민은 놀리 프로시콰이, 즉 항구적 불기소 특별사면을 언급했다. ‘항구적’이라는 단어에 발끈한 것은 사실이나 이 아이디어가 담고 있는 의미는 차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머릿말과 맺음말 부분만 간략하게 소개한다.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간 것은 코끼리의 잘못이 아니다. 거기 들어가게 한 사람들이 잘못했다. 국민의힘 정치인과 당원, 윤석열을 공정과 상식의 화신인 양 찬양했던 언론 종사자, 거짓 기사에 속아 표를 준 유권자들은 남들보다 큰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정치인 김대중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춘향이의 한은 이 도령을 만나서 푸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의 목적은 무능하고 부적합한 공무원을 파면하고 일 잘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그 자리에 세우는 것이다. 누구를 감옥에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탄핵이 최후의 수단임을 잊지는 말자.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임기를 채우는 것이 원칙이다.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에도 사임이 탄핵보다 바람직하다. 퇴임 대통령이나 탄핵당한 대통령을 구속하고 기소하고 유죄 선고를 내리는 것은 최악의 사태다. 이미 여러 번 했다. 이젠 그만두어야 한다. 코끼리가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간 것은 사람이 허락한 탓이다. 코끼리를 욕할 게 아니라 자신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을 탄핵해 교도소에 집어넣는다고 해서 국민이 책임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사임을 원할 때는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과 헌법 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물러나는 것이 좋다. 그런 결단을 북돋우려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사면법을 개정해 미국식 ‘놀리 프로시콰이(항구적 불기소 특별사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감옥에 보내야 마땅한 악당을 풀어준다고 비난하지 말라.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이 제도는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만 사면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대통령으로 선출한 국민의 잘못도 함께 사면하는 제도다. 주권자인 국민이 후임 대통령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면하는 것이다.
4050 세대는 ‘젊은 벗’으로 여긴다. 그리 어렵지 않게 대화할 수 있다고 느낀다. 젊은 벗들한테 말하고 싶다. 그대들이 앞으로 40년 한국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적 문화적 역량이 희망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그대들 이다음 세대의 존경을 받는 어른이 되었다면 대한민국은 사람 살만한 세상이 되어 있을 거라고. 나는 그대들을 믿는다고. 항상 그대들을 응원하는 노인이 될 거라고. 그러니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윤석열이라는 병’을 이겨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