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신을 맞아 아버지께서 동생네 하루, 우리 집 하루, 누나네 하룻밤. 그렇게 미션 도장 찍듯 하루씩 주무시고 다시 내려가셨습니다. 매번 짧게 다녀가셔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요 며칠은 헛헛합니다. 나무가 늘 거기 있어서 잠시 앉아 쉬고, 또 우우 다시 날아왔습니다.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도 좋았습니다.

오전에 안부 전화드렸습니다. 이런저런 잡담 끝에 “조만간 또 내려갈게요” 했더니 “(가고 난 뒤) 치우는 거 귀찮다”라고 오지 말라십니다. (음… 역시 짐이었어. ㅠㅠ) #오버하지말자



다들 떠나고,
시골길은 여느 때처럼 밤의 적막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 위에 새떼들 날아왔다가 우우 날아가 버린 그 장면 같습니다, 어미의 마음은 나무처럼 변함없이 서 있고, 자식의 마음은 날아다니는 새떼처럼 분주하게 제 형편 따라오고 갑니다.

나뭇가지는 이 밤에도 괜찮다! 괜찮다! 하시는 듯합니다. 잘들 다녀오고, 다녀들 가셨겠지요? 제기며 그릇, 수저 제자리에 챙겨 넣고 나니 또 언제 식구들이 다시 모이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한 사나흘 명절, 고맙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그래도 좋았습니다. 가족들 만난 덕분에 힘을 얻으셨기 빕니다.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 – 이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