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꽤 뜨거웠던 책이다. 처음엔 설렁설렁 읽었고, 두 번째에는 정독했다. 그러고선 한동안 책장에 꽂아두었다. 얼마 전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끄집어내 읽고 난 뒤,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두 책이 조금은 서로 연결되는 지점도 있다. 세 번째에는 문장을 옮겨 적거나, 같은 문장을 너덧 번 읽기도 했다. 또 순서와 상관없이 앞뒤를 번갈아 가며 읽기도 했다. 한번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실력이 턱없이 모자라다. 그래서 좋았던 문장들 몇 개를 옮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1906 샌프란시스코 지진, 땅에 쳐박힌 루이 아가시 조각상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필사

어렸을 적, 페니키스 섬에서 작가 룰루 밀러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인생의 의미가 뭐에요?” 밀러의 아버지는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답을 건냈다. 삶의 ‘의미 없음’에 대한 지혜로운 태도로 생각되어 최재천 교수와 유시민 작가의 대담을 가져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필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필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필사

“나투라 논 파싯 살툼”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다윈은 과학자의 입으로 외쳤다. 우리가 보는 분류와 계급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크건 작건, 깃털이 있건 빛을 발하건, 혹이 있건 미끈하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그 어마어마한 범위 자체가 이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라고 룰루 밀러는 말한다.


철수와 영희, 나와 당신, 심지어 내 안의 선과 악 데미안마저도.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모든 것들의 작은 그물망(룰루 밀러의 표현에 따른)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이, 이 모든 대단치 않음이 우리를 받쳐주는 힘이다.

1970년대에 태어났던 사람의 삶과 200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 살아야 할 삶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분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범주는 우리 상상의 산물이다. 평생에 거쳐 깨야할 ‘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