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김종삼 詩 – 어부
발목을 간지럽히던 잔바람에 온몸이 흔들린다
깜짝 놀라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양팔을 벌렸다
한 발짝도 못 뗀 채 엉거주춤 버텼다
나는 손을 뻗어 가장 가까운 손을 꽉 잡았다
천년바위인 줄 알고 선 그 자리
그저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였음에
파도는 발을 적시고 눈물은 나를 삼킨다
정말,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되는지
정말,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는지
거센 풍랑 온몸으로 버틴다
화사한 날이 오면, 화사한 날이 오면
손 꼭 잡고 먼바다로 함께 노를 젓자.
아직그래 詩 –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