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걱이는 손맛의 그문드코튼

협력사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 을지로의 인더페이퍼에 잠깐 들렀습니다.
늘 쓰던 뉴에이프릴브라이트와 매시멜로우지를 사려던 참이었죠. 그런데 문득 눈길을 끈 종이 하나, 그문드코튼.
질감이 독특해 보여 몇 장 테스트용으로 구매해봤습니다.


서걱이는 손맛의 그문드코튼

코튼 펄프의 매력

그문드코튼(Gmund Cotton)은 독일에서 만들어진 100% 코튼 펄프 종이입니다.

  • 인쇄 색감이 선명하게 표현되고
  • 중성지 특성 덕에 장기 보관에도 안정적이며
  • 박이나 형압 같은 후가공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질감은 까슬까슬하면서도 손끝에 감기는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손이 자꾸 가는 종이입니다.


단점은 역시 가격.
제가 구매한 110g/㎡, 비규격 4절(500x350mm)은 장당 850원. 온라인에서는 640원에 판매되는 곳도 있더군요.


현재 국내에는 총 7가지 컬러 중 6가지만 유통되고 있으며, 평량은 110g부터 900g까지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습니다.
컬러와 평량에 따라 재고 편차가 있으니, 구매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질감과 필기감 –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

그문드코튼 재질과 색감

복사지보다 조금 더 두터운 110g 평량답게 종이가 안정감 있게 받쳐줍니다.
표면은 바스락거리는 질감을 지녔고,

  • 힘을 빼고 쓰면 펜촉이 살짝 미끄러지고,
  • 힘을 주면 밭고랑을 긁는 듯한 서걱임이 느껴집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획의 안정성입니다.
끝을 날려 쓰거나, 정자체로 또박또박 써도 펜촉이 밀리지 않고 획이 가지런하게 떨어지는 느낌.
이게 바로 그문드코튼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잉크 흡수력과 색표현

그문드코튼 재질과 색감

그문드코튼은 잉크를 빠르게 흡수합니다.
덕분에 색 표현은 매우 선명하지만, 농담 표현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얇은 무지 노트로 쓸 때도 줄받침만 깔면 비침 문제는 크지 않습니다.

딥펜으로 잉크를 듬뿍 올려도 종이가 뚫리진 않았고, 선이 겹치거나 오래 머무르면 약간의 배김 현상이 나타나는 정도입니다.


그문드코튼 건조 시간 테스트

그문드코튼 건조 테스트

실제 사용 환경에 맞춰 필기 후 3초 후 문지르기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사용한 잉크는 이로시주쿠, 오로라, 펠리칸 세 가지입니다.

  • 이로시주쿠 : 건조 속도 느림. 3초 후에도 번짐 있음. 완전히 마르려면 5~6초 추가 소요.
  • 오로라 : 3초 내 대부분 마름. 실사용에 매우 안정적.
  • 펠리칸 : 중간 정도. 약간의 잔흔은 있으나 실사용 무난.

잉크에 따라 흡수 반응과 건조 속도가 꽤 차이를 보입니다.


그문드코튼 유분 테스트

그문드코튼 유분 테스트

손가락에 유분을 묻혀 종이 위에 바르고, 그 위에 필기해보았습니다.

  • 그문드코튼은 유분을 밀어내지 않고 함께 흡수하면서 실 번짐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 특히 이로시주쿠 잉크에서 번짐이 심했고, 오로라/펠리칸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 반면 로버트 오스터 잉크는 유분 위에서 획이 끊어지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필기 중 손바닥이 종이에 닿는 습관이 있는 분이라면 유의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그문드코튼 종합 평가

항 목평 가
필기감매우 우수, 서걱거리는 질감과 안정된 획
색표현색표현 우수, 농담 표현은 다소 약함
건조 속도잉크에 따라 다름(이로시주쿠 건조 시간 느림)
유분 반응잉크에 따라 실 번짐 발생 가능성 있음
가성비가격대가 높아서 캘리그라피 용도로 추천

그문드코튼은 분명히 쓰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종이입니다. 특히 질감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꼭 한 번 경험해볼 만합니다. 하지만 만년필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흡수력이 너무 빠르다거나, 유분 번짐 등의 단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결국, 이 종이는 ‘감성 필기’를 위한 종이이지, 기능성 위주의 만년필 전용지는 아니라는 점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문드코튼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필기할 때 질감을 중시하는 분
– 바스락거리는 종이 소리를 좋아하는 분
– 시각적으로 선명한 색 표현을 원하시는 분
– 디자인 후가공(박, 형압)까지 고려하는 작업용 종이를 찾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