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

평소 내 휴대전화는 늘 무음 상태였다. 긴급재난 문자 알림까지 꺼둔 채 지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쓰러진 뒤, 벨소리를 최대 음량으로 바꿨다. 아직 익숙하지 않다. 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예기치 못한 상황들과 불안한 일상이 주는 긴장감에 본능적으로 움츠러든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상태를 ‘내란성 불안장애’라고 부른다. 웃픈 이야기다. 실제로 이 모든 상황이 굉장한 스트레스인 건 분명하다.
나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지도, 그 하루에 유별난 감사를 느끼며 살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되는 삶의 흐름에 무리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때로는 과장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내게 일상이란,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고 내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평범함이다. 기대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잔잔한 흐름이다.
그런데 요즘은, ‘잘 지내냐?’라는 인사에 “늘 그렇지”라는 빈말조차 호사로 느껴진다. 음식은 맛이 없고, 차를 마셔도 감흥이 없다. 먹고 마시는 당연한 삶의 리듬이 깨져버렸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건, 삶의 틀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일상의 루틴이 아직 남아 있다. 그 속이야 어떻든 골격이 남아 있다는 건, 희망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골격이 무너지면 그걸 다시 세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서로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는 연결은 큰 위안이 된다. 유지되고 있는 생활의 루틴은 흔들리는 일상을 다잡고, 작은 실천들이 모여 새로운 출발을 위한 바탕이 된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
– 프란츠 카프카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안전시설과 외벽에 충돌했습니다. 그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고,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유명을 달리한 항공사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가닿지는 않더라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