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씁니다

318월

이것은 나의 기쁨인가

선택의 순간,머릿속에서 저울이 움직인다. 한쪽엔 ‘이익’을,다른 한쪽엔 ‘후회’를 올려놓고어느 쪽으로 기울지 셈한다. 그 분주한 계산 속에서 나는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놓치고 만다. ‘이 선택이 나에게
308월

화선지를 태우며

사십구재를 지내기 위해 아버지 댁을 찾았다. 주인을 잃은 집은 시간도 잃은 듯했다. 현관에는 슬리퍼와 운동화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소파 팔걸이에는 리모컨과 안경이 같은 방향으로
127월

더러는 행복했기를

하루키의 말처럼,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일부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걷는다. 죽음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언젠가 반드시 도착하게 될, 마지막 역일 뿐이다. 이전까지 죽음은 나에게 피할 수 없는 무거운 숙명처럼 다가왔다.
216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것은 깊은 인내를 요구한다. 인내의 시간은 입을 무겁게 만들고, 짙어진 침묵은 존엄을 갉아먹는다. 시간을 늘릴 수도, 아픔을 덜어줄 수도 없다. 기도도, 위로도, 손길도 더 이상 생명을 붙들지 못한다.
185월

나는 노래하지 못했다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전야제가 있던 날에도 아버지를 뵈러 광주에 갔다. 전야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병원과는 거리가 멀어 애초에 들를 생각이 없었다. 점심때까지 아버지
015월

낯섦이 낯익어지고 있다

새벽 기차를 타고 아버지가 계신 병원에 도착했다. 연휴로 인해 방문객이 많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병동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병실에 들어서자, 간병인이 아버지를 휠체어로 옮기려는
054월
봄비가 온다

봄비가 온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조용히봄, 비가 온다. 토요일이면 따뜻한 물 한 병과 야외용 매트를 주섬주섬 챙겨 광화문으로 향하곤 했다. 나설 때 뜨거웠던 마음과 달리 차가운 아스팔트에
152월
그문드코튼 만년필 종이

서걱이는 손맛의 그문드코튼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획의 안정성입니다. 끝을 날려 쓰거나, 정자체로 또박또박 써도 펜촉이 밀리지 않고 획이 가지런하게 떨어지는 느낌. 이게 바로 그문드코튼
152월
디태치먼트 - 알베르 카뮈

경계에 서다

어느 하나에도 깊이를 느끼지 못했고, 내 스스로 세상과 격리된 것 같다. 제법 포근함이 느껴지는 날씨다. 단골 카페에서 느긋한 오전을 보냈다. "어느 하나에도 깊이를 느끼지 못했고, 내 스스로 세상과 격리된 것 같다.
082월
사탕수수지-밀크프리미엄지

사탕수수지 vs 밀크 프리미엄지 사용기

사탕수수지 vs 밀크 프리미엄지 사용기 만년필 사용자에게 종이는 글을 담아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캘리그라피, 필사, 일기, 자유로운 메모 등 그 용도에 따라 종이에 기대하는 성질도 달라집니다. 이번에
3012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

평소 내 휴대전화는 늘 무음 상태였다. 긴급재난 문자 알림까지 꺼둔 채 지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쓰러진 뒤, 벨소리를 최대 음량으로 바꿨다. 아직 익숙하지 않다. 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