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_Pale_Blue_Dot_Revisited_2020

외근을 다녀오는 중이었다. 1차선을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차가 끼어들었다. 급브레이크를 밟아 겨우 사고를 피했다. 뒤에 따라오던 차들도 놀라서 마구 경적을 눌렀다. 우리는 그 차를 따라 조금 더 달리다가 좌회전 차선에서 멈췄다. 동승했던 동료가 놀라 “저 사람 미친 거 아녜요?!”라며 화를 냈다. “아마 급똥일 거야.”라고 답했다.

수 초 뒤 좌회전 신호가 들어왔다. 그런데 끼어들었던 앞차가 출발하지 않았다. 또다시 뒤차들이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끼인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가보진 않았지만, 인도 어디쯤 와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좌회전 차선에서 대기하던 모든 차는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만 했다. 직진 신호가 떨어지자, 그 차는 다시 직진 차선으로 끼어들었다. 직진하려던 차들의 분노가 그 차의 엉덩이에 날아가 박혔다.

나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하아~ 창백한 푸른 점… 창백한 푸른 점.” 위대한 과학자의 가르침을 고작 화를 삭이는 데 쓰고 있다.


창백한 푸른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