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다
4월이다.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와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깔았다.
무슨 소리든 내보라고
새들도 시냇물도 조른다.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로울 테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무슨 소리든 내어 지껄여야 한다.
나의 목소리로,
너의 목소리로.
그래서 우리의 목소리로
봄의 꽃을 피워야 한다.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나태주 詩,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