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전화 – 나태주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9, 오로라 블랙, 매쉬멜로우 스노우화이트
지금 어디에 있어요?
누구하고 무엇 하고 있나요?
예전엔 그렇게 물었는데
요즘은 다만
이렇게만 묻고 말한다
별일 없지요?
네, 이쪽도 아직은
별일 없어요.
나태주 詩 – 안부 전화
뉴스를 통해 또 한 분의 교사가 자살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정년 퇴임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그분도 학부모의 민원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했었다고 알려졌다. 유서에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다만 주변에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2011년, 학교 폭력으로 인한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했었다. 사회에 충격을 준 이 사건으로 ‘학교 밖에서도 일어나는 모든 괴롭힘, 폭력’도 학교폭력에 포함하도록 ‘학교 폭력 예방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훈령 변경을 통해 학교생활과 관련된 내용들을 학교 생활 기록부에 기재를 하도록 하였다.
학교 폭력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학교 폭력 사실이 생활기록부 기재되는 것은 대학 진학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가해자 학부모들이 거꾸로 교사를 ‘아동 학대’로 고소, 고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특히 재력이 뒷받침되고 법적 조력을 받기 쉬운 위치에 있는 사람은 가해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고의로 법적 다툼을 지연시킨다고 한다.
실제 기소 된 건은 1.5%에 불과하며, 기소 건 중에서 유죄로 판결된 건은 더더욱 적다고 한다. 학폭 사실을 감추기 위한 마구잡이식 고소인 것이다. 더군다나 ‘아동 학대 행위자’로 등록되면 법적 판단 여부와 관계없이 10년간 취업 금지가 되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교사들은 법적 방어권이 없는 상태라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렇듯 이제 학교는 고소, 고발의 행정 쟁송의 장이 되어 버렸다.
지난 일요일 기간제로 근무하시는 선생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분은 몸이 좋지 않아서 몇 년을 쉬었다가 최근에야 다시 학교에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학교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예전과 다른 학교 분위기가 너무 이상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느낀 선생님들의 분위기는 마치 집단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인께 다시 안부를 물었다. “그냥 그래요. 아직은 별일 없습니다.”
‘아직’이란 말이 ‘언젠간’을 의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하늘은 점점 높고 푸르나, 그 아래 세상은 점점 어둡고 탁해지는 듯해서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