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흐른다
선장은 모비 딕이라는 저주스러운 향유고래에 집착했다. 동시에 그 고래는 선장이 살아가는 의미였다.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끈질기게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수수께끼를 밝히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뒤쫓는 흰 고래가 무엇인지 아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모비 딕은 성배와 같다. 어마어마하고 귀한 성배.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이름은 붙이기 힘들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욕망하는 것이다.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 이주영 옮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담담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이렌 마녀들과 한패가 되어 유혹의 노래를 불러서는 안 된다. 차갑더라도 진실을 중시하는 태도를 늘 지켜야 한다.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 이주영 옮김
총선 앞뒤로 온갖 가짜 뉴스가 난무했다. 뱃사람을 홀리는 세이렌이 날뛰었다. 비단 선거철뿐이었겠는가. 요 며칠은 하이브와 어도어 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언론들은 세상 중요한 일인 양, 하루가 멀다고 온 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다. 대중 또한 본질보다는 가십거리를 전파하는 것에 신난 모양새다. 그렇게 모두가 ‘카더라’ 수준의 정보를 경쟁하듯 퍼뜨린다.
무엇이 진실인지 나는 모른다. 이런 이슈에 대해 ‘관심 없다’는 개인적인 취향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것이 중요한 이슈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작가 로랑스 드빌레르는 ‘우리도 누군가를 속이는 세이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율리시스가 선원들에게 귀를 막고 갑판의 승강구를 닫으라고 했듯이 나 또한 모든 것을 닫는다. 때에 따라,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담담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다.
텅 빈 극장,
조용하고 평화롭다. 빈 바다처럼.
모든 삶은 흐른다. 바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