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Zwei Dinge erfüllen das Gemüt mit immer neuer und zunehmender Bewunderung und Ehrfurcht, je öfter und anhaltender sich das Nachdenken damit beschäftigt: der bestirnte Himmel über mir und das moralische Gesetz in mir.
더 자주 끊임없이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새로워지고 점점 더 커지는 경탄과 경외감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 것 : 내 위의 별로 가득찬 하늘과 내 안의 도덕 법칙.
실천 이성 비판, 임마누엘 칸트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국가 폭력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한강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열다섯 살 소년 동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광주의 비극을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작품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서로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작가는 극도의 폭력 상황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다.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 앞에서도 서로를 돕고 연대하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은, 극한의 상황에서 오히려 빛을 발하는 인간성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한강의 절제된 문체다. 작가는 폭력의 참혹함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섬세하고 시적인 언어로 그 공포와 슬픔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소년이 온다’는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개인과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그 기억과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더불어 이 소설은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기도 하다. 한강은 광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복원함으로써, 역사의 진실이 결코 묻히거나 잊혀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소년이 온다, 한강
모든 사람이 기적처럼 자신의 껍데기 밖으로 걸어 나와 연한 맨살을 맞댄 것 같던 그 순간들 사이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이, 부서져 피 흘렸던 그 심장이 다시 온전해져 맥박치는 걸 느꼈습니다. 나를 사로잡은 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소년이 온다, 한강
인간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과연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시민군들은 왜 도청에 남았나? 그들은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시민군과 함께했던 자신이 도청을 벗어나게 되면, 이 사건은 마치 공권력에 잘못 저항하다가 죽은 ‘반란군’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함께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들의 죽음이 그런 방식으로 해석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작가 ‘한강’은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어떤 한순간 선명하게 어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운명처럼 양심의 불빛이 터졌다.” 라고 표현했다. 도청에 남았던 그들은 양심의 별빛을 보고 남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했다.
박구용 철학가
읽다가 몇 번을 멈추었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분명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몸 안쪽에서부터 불길이 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까지 읽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