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월일상을 씁니다선암사 뒤깐에서동트기까지 사십 분 정도 더 남았지만, 날은 이미 충분히 밝았다. 어찌나 밝은지 알람을 설정해 놓지 않아도 눈이 절로 떠지는 계절이다. 서둘러 씻고 카메라와 펜 몇 자루 챙겨 집을 나섰다. 전날 밤, 문득
205월일상을 씁니다월말 김어준 노트 사용기월말 김어준 만년필 노트 지난 1월, 만년필 연구소 박종진 소장이 진행한 <월말 김어준> 굿즈가 배송되었습니다. 사실, 관심있었던 것은 한지 노트였습니다. 국산 닥나무를 사용해서 외발뜨기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는 한지 노트는 한지 명인이 제작한다고
135월일상을 씁니다오로라 레드맘바 만년필 사용기취향은 개인마다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각자 삶의 방식과 경험이나 관심사, 성향 등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손도 안 대던 나물에 어느 때부터 자연스레 손이 가는 것처럼 말이죠.
112월일상을 씁니다다들 떠나고생신을 맞아 아버지께서 동생네 하루, 우리 집 하루, 누나네 하룻밤. 그렇게 미션 도장 찍듯 하루씩 주무시고 다시 내려가셨습니다. 매번 짧게 다녀가셔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요 며칠은 헛헛합니다. 나무가 늘 거기 있어서 잠시
1911월생각을 씁니다사랑뿐이라 다행이다궁금함, 안쓰러움, 귀여움,어리석음, 불편함,순수함, 사랑스러움, 미움, 괴로움,현명함, 자랑스러움, 뿌듯함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온갖 감정폭풍처럼 휘몰아쳤던 감정들이 가라앉고 이제 남은 것이그리움뿐이라 다행이다사랑뿐이라 참 다행이다 아직그래 詩 – 사랑뿐이라 다행이다
1510월일상을 씁니다작은 상처가 쓰리다아침을 먹고 설거지하다가 유리로 된 용기를 깨트렸다. 개의치 않을 걸 알지만 아내 몰래 주방 옆 베란다에 숨겼다. 건조대로 옮긴 접시에 고추장이 묻은듯해서 손으로 쓱 닦아 본다. 고추장이 아니라 피다. 싱크대 안의 물도 붉다. 깨진
0810월필사를 합니다모과가을 창가에 노란 모과를 두고 바라보는 일이내 인생의 가을이 가장 아름다울 때였다 가을이 깊어가자 시꺼멓게 썩어가는 모과를 보며내 인생도 차차 썩어가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모과의 고요한 침묵을 보며나도 조용히 침묵하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고통을
0110월필사를 합니다멀리서 빈다Kaweco Al black dip pen + Esterbrook 968 radio iroshizuku momiji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068월일상을 씁니다라미 2000 분해, 펜촉 교체들어가기 라미 2000을 사용한 지가 얼마나 됐을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때 메인으로 사용했던 펜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점점 멀리하게되었다. 지금은 길들여져서 덜 하지만 아직도 가끔 필기를 하다 보면 펜촉(Nib)이 *헛발질()을 하곤한다. 잉크 흐름이 박하거나 필감이
186월일상을 씁니다암시랑토 안해아버지는 원래 말씀이 없는 분이고, 어머니는 길가 돌멩이와도 이야기를 나누는 분이었다. 아마 대학생 때였지 싶다. 가져갈 짐이 많으니 와달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집 근처 시장으로 나섰다. 시장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친구(?)분과 말씀
1311월필사를 합니다방문객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필경 환대가 될
022월생각을 씁니다엄만가한 날은무심한 새끼 전화 한 통 없다고욕을, 욕을 하시고 또 한 날은바쁜데 뭣 하러 전화했냐 하셨다 다른 이 웃지 않아도실없는 내 농담에소녀처럼 깔깔대고 웃었다 이제 내게 욕하는 사람이,걱정하는 사람이,웃어주는 사람이 없다 창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