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9월
감사하다썸네일

감사하다 – 정호승

태풍이 지나간 이른 아침에길을 걸었다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왕벚나무들이곳곳에 쓰러져 처참했다 그대로 밑둥이 부러지거나뿌리를 하늘로 드러내고 몸부림치는나무들의 몸에서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키 작은 나무들은 쓰러지지 않았다쥐똥나무는 몇 알쥐똥만 떨어뜨리고 고요했다 심지어 길가의 풀잎도지붕
268월
안부전화

안부 전화 – 나태주

지인께 다시 안부를 물었다. 그냥 그래요. 아직은 별일 없습니다. '아직'이란 말이 '언젠간'을 의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하늘은 점점 높고 푸르나, 그 아래 세상은 점점
077월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9 F닙과 캡

몽블랑 149 피스톤 오일링

마이스터스튁 149에 잉크를 바꿔 채우다가 피스톤이 너무 뻑뻑한 듯해서 오일링이 필요하다 싶었다. 이것 때문에 매번 A/S를 보낼 수도 없는 일이라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전용 렌치 구입 먼저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6, 149 피스톤을
246월
시장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

그리움에 식칼을 꽂았다

“보고픈… 막, 그리운 사람 있어요?”“그리운 사람요?”“네, 세상에 없어서 볼 수 없는 사람은 빼고.”“글쎄…”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시장에 갔다. 장이 서는 날이라고 했는데 셔터가 내려진 점포가 적지 않았다. 중앙 통로를 지나 국밥
166월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사랑이지 - 오로라 레드 맘바 만년필로 필사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벚꽃 아래였던 거지. 바람이 속눈썹을 스윽 스쳐 갔던 거지. 순간 살얼음도 녹고 먼 산봉우리 눈도 녹아 나는 그 핑계로 두근거리며 당신을 불렀던 것인데 그러니까 봄, 봄이었던 거야. 바람들 가지런한 벚나무 그늘에 앉아.
106월
선암사 대웅전에서 기도를 올리는 스님

선암사 뒤깐에서

동트기까지 사십 분 정도 더 남았지만, 날은 이미 충분히 밝았다. 어찌나 밝은지 알람을 설정해 놓지 않아도 눈이 절로 떠지는 계절이다. 서둘러 씻고 카메라와 펜 몇 자루 챙겨 집을 나섰다. 전날 밤, 문득
205월
월말 김어준 만년필 노트와 오로라 레드맘바 만년필

월말 김어준 노트 사용기

월말 김어준 만년필 노트 지난 1월, 만년필 연구소 박종진 소장이 진행한 <월말 김어준> 굿즈가 배송되었습니다. 사실, 관심있었던 것은 한지 노트였습니다. 국산 닥나무를 사용해서 외발뜨기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는 한지 노트는 한지 명인이 제작한다고
135월
오로라 레드맘바 한정판

오로라 레드맘바 만년필 사용기

취향은 개인마다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각자 삶의 방식과 경험이나 관심사, 성향 등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손도 안 대던 나물에 어느 때부터 자연스레 손이 가는 것처럼 말이죠.
112월
다들 떠나고 - 판화가 이철수

다들 떠나고

생신을 맞아 아버지께서 동생네 하루, 우리 집 하루, 누나네 하룻밤. 그렇게 미션 도장 찍듯 하루씩 주무시고 다시 내려가셨습니다. 매번 짧게 다녀가셔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요 며칠은 헛헛합니다. 나무가 늘 거기 있어서 잠시
1911월
호주 멜버른

사랑뿐이라 다행이다

궁금함, 안쓰러움, 귀여움,어리석음, 불편함,순수함, 사랑스러움, 미움, 괴로움,현명함, 자랑스러움, 뿌듯함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온갖 감정폭풍처럼 휘몰아쳤던 감정들이 가라앉고 이제 남은 것이그리움뿐이라 다행이다사랑뿐이라 참 다행이다 아직그래 詩 – 사랑뿐이라 다행이다
1510월
상처

작은 상처가 쓰리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하다가 유리로 된 용기를 깨트렸다. 개의치 않을 걸 알지만 아내 몰래 주방 옆 베란다에 숨겼다. 건조대로 옮긴 접시에 고추장이 묻은듯해서 손으로 쓱 닦아 본다. 고추장이 아니라 피다. 싱크대 안의 물도 붉다. 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