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월
시장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

그리움에 식칼을 꽂았다

“보고픈… 막, 그리운 사람 있어요?”“그리운 사람요?”“네, 세상에 없어서 볼 수 없는 사람은 빼고.”“글쎄…”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시장에 갔다. 장이 서는 날이라고 했는데 셔터가 내려진 점포가 적지 않았다. 중앙 통로를 지나 국밥
166월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사랑이지 - 오로라 레드 맘바 만년필로 필사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벚꽃 아래였던 거지. 바람이 속눈썹을 스윽 스쳐 갔던 거지. 순간 살얼음도 녹고 먼 산봉우리 눈도 녹아 나는 그 핑계로 두근거리며 당신을 불렀던 것인데 그러니까 봄, 봄이었던 거야. 바람들 가지런한 벚나무 그늘에 앉아.
106월
선암사 대웅전에서 기도를 올리는 스님

선암사 뒤깐에서

동트기까지 사십 분 정도 더 남았지만, 날은 이미 충분히 밝았다. 어찌나 밝은지 알람을 설정해 놓지 않아도 눈이 절로 떠지는 계절이다. 서둘러 씻고 카메라와 펜 몇 자루 챙겨 집을 나섰다. 전날 밤, 문득
205월
월말 김어준 만년필 노트와 오로라 레드맘바 만년필

월말 김어준 노트 사용기

월말 김어준 만년필 노트 지난 1월, 만년필 연구소 박종진 소장이 진행한 <월말 김어준> 굿즈가 배송되었습니다. 사실, 관심있었던 것은 한지 노트였습니다. 국산 닥나무를 사용해서 외발뜨기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는 한지 노트는 한지 명인이 제작한다고
135월
오로라 레드맘바 한정판

오로라 레드맘바 만년필 사용기

취향은 시간이 흐르며 바뀌곤 합니다. 예전에는 손도 대지 않던 나물을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집어 들게 되는 것처럼, 취향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흐름과 맥락 속에서 점차 정돈되는 무언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예민하다’라는 말을 종종
112월
다들 떠나고 - 판화가 이철수

다들 떠나고

생신을 맞아 아버지께서 동생네 하루, 우리 집 하루, 누나네 하룻밤. 그렇게 미션 도장 찍듯 하루씩 주무시고 다시 내려가셨습니다. 매번 짧게 다녀가셔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요 며칠은 헛헛합니다. 나무가 늘 거기 있어서 잠시
1911월
호주 멜버른

사랑뿐이라 다행이다

궁금함, 안쓰러움, 귀여움,어리석음, 불편함,순수함, 사랑스러움, 미움, 괴로움,현명함, 자랑스러움, 뿌듯함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온갖 감정폭풍처럼 휘몰아쳤던 감정들이 가라앉고 이제 남은 것이그리움뿐이라 다행이다사랑뿐이라 참 다행이다 아직그래 詩 – 사랑뿐이라 다행이다
1510월
상처

작은 상처가 쓰리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하다가 유리로 된 용기를 깨트렸다. 개의치 않을 걸 알지만 아내 몰래 주방 옆 베란다에 숨겼다. 건조대로 옮긴 접시에 고추장이 묻은듯해서 손으로 쓱 닦아 본다. 고추장이 아니라 피다. 싱크대 안의 물도 붉다. 깨진
0810월
대추

모과

가을 창가에 노란 모과를 두고 바라보는 일이내 인생의 가을이 가장 아름다울 때였다 가을이 깊어가자 시꺼멓게 썩어가는 모과를 보며내 인생도 차차 썩어가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모과의 고요한 침묵을 보며나도 조용히 침묵하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고통을
0110월
멀리서 빈다 - 나태주

멀리서 빈다

Kaweco Al black dip pen + Esterbrook 968 radio iroshizuku momiji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068월
라미 2000 만년필 분해 사진

라미 2000 분해, 펜촉 교체

들어가기 라미 2000을 사용한 지가 얼마나 됐을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때 메인으로 사용했던 펜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점점 멀리하게되었다. 지금은 길들여져서 덜 하지만 아직도 가끔 필기를 하다 보면 펜촉(Nib)이 *헛발질()을 하곤한다. 잉크 흐름이 박하거나 필감이
186월

암시랑토 안해

아버지는 원래 말씀이 없는 분이고, 어머니는 길가 돌멩이와도 이야기를 나누는 분이었다. 아마 대학생 때였지 싶다. 가져갈 짐이 많으니 와달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집 근처 시장으로 나섰다. 시장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친구(?)분과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