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월매일 아침 만나는 아치스뜬 것도 감은 것도 아닌… 반쯤 뜬 눈으로 어둑한 방안을 살폈다. 침대맡에 놓인 시계는 아직 일어날 시간이 한참 멀었음을 알렸다. 암막 커튼 사이를 뚫고
242월산속에서 – 나희덕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172월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 민병도숫돌에 낫 날 세워 웃자란 풀을 베면 속수무책으로 싹둑! 잘려서 쓰러지지만 그 낫이 삼천리 강토의 주인인 적 없었다 풀은 목이 잘려도 낫에 지지 않는다 목 타는 삼복
061월사모 – 조지훈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1612월행복 – 심재휘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1410월고래를 기다리며 – 안도현휴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나섰다.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였다. 좋은 작품들도 보고, 근사한 길도 걷고, 또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처음 맛 보는 낮선 음식을 즐겼고,
0710월개사돈 – 김형수종로는 언제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다. 길을 지나다 ‘흘레붙었다’라는 말이 귀에 꽂혔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말이면서도 무슨 말인지 언뜻 생각나지 않았다. 가물가물한 기억들이 이마
239월완행열차 – 허영자무에 바쁜 일이 있어…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를 뒤로하고, ‘애틋이 숨어있는 쓸쓸한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을 뒤로하고… 또다시 ‘어둠에 젖은 종착역’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