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필사

242월
산속에서

산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172월
민병도-낫은-풀을-이기지-못한다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 민병도

숫돌에 낫 날 세워 웃자란 풀을 베면 속수무책으로 싹둑! 잘려서 쓰러지지만 그 낫이 삼천리 강토의 주인인 적 없었다 풀은 목이 잘려도 낫에 지지 않는다 목 타는 삼복
102월
_낙화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032월
끝끝내

끝끝내 – 나태주

너의 얼굴 바라봄이 반가움이다 너의 목소리 들음이 고마움이다 너의 눈빛 스침이 끝내 기쁨이다 끝끝내 너의 숨소리 듣고 네 옆에 내가 있음이 그냥 행복이다 이 세상 네가 살아있음이 나의 살아있음이고 존재이유다
201월
보편의 단어-이기주-여백

여백 – 보편의 단어

당연한 말이지만 마음에도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마음이 너무 빽빽해지면 시야가 좁아 지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의 속도마저 빨라진다. 나는 인간이 겪는 불행 중 대부분은 몸의
061월
사모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1612월
_행복_심재휘

행복 – 심재휘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0411월

나비의 시간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도, 그에 대한 내 기억도. 변태(變態)의 통증과 질곡(桎梏)의 껍질을 버리고 자유롭게 날아갔으면 한다.상현달 걸린 허공을 황홀하게 훔쳐내고
2110월

꽃이 피고 지듯이 – 방준석

나 이제 가려 합니다아픔은 남겨두고서당신과의 못다 한 말들구름에 띄워놓고 가겠소 그대 마음을 채우지 못해참 많이도 눈물 흘렸소미안한 마음 두고 갑니다 꽃이 피고 또 지듯이허공을
0710월

개사돈 – 김형수

종로는 언제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다. 길을 지나다 ‘흘레붙었다’라는 말이 귀에 꽂혔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말이면서도 무슨 말인지 언뜻 생각나지 않았다. 가물가물한 기억들이 이마
0710월
져야 할 떄는 질 줄도 알아야 해3

져야 할 때는 질 줄도 알아야 해 – 김형수

때깔 고운 잎이라면  시샘할 일도 아니지만 미워할 일도 아니다  가을 가고 겨울 오면... 흔적조차 없다지만 그것은 또 그것의 일  나무라면 그 나이테 안에  꽃이라면 그의 작은 씨앗들 안에  그가 땅 위에서 서툴게 누렸던  청춘을 남겼을 터  그가 사랑했던 님 앞에 닿아보기 위해
169월
여림 - 나의 하루 라미 2000 만년필과 로버트 오스터 블루워터아이스 잉크로 필사

나의 하루 – 여림

자갈밭을 다 지났나 싶었는데 바위가 길을 막고 섰기도 하고, 그 또한 겨우 지났나 싶었는데, 커다란 물웅덩이를 건너야 할 때도 적지 않다. 어떻게 된 것이, 모퉁이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