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필사

099월
감사하다썸네일

감사하다 – 정호승

태풍이 지나간 이른 아침에길을 걸었다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왕벚나무들이곳곳에 쓰러져 처참했다 그대로 밑둥이 부러지거나뿌리를 하늘로 드러내고 몸부림치는나무들의 몸에서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키 작은 나무들은 쓰러지지
268월
안부전화

안부 전화 – 나태주

지인께 다시 안부를 물었다. 그냥 그래요. 아직은 별일 없습니다. '아직'이란 말이 '언젠간'을 의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하늘은 점점 높고 푸르나, 그 아래 세상은 점점
166월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사랑이지 - 오로라 레드 맘바 만년필로 필사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벚꽃 아래였던 거지. 바람이 속눈썹을 스윽 스쳐 갔던 거지. 순간 살얼음도 녹고 먼 산봉우리 눈도 녹아 나는 그 핑계로 두근거리며 당신을 불렀던 것인데 그러니까
0810월
대추

모과

가을 창가에 노란 모과를 두고 바라보는 일이내 인생의 가을이 가장 아름다울 때였다 가을이 깊어가자 시꺼멓게 썩어가는 모과를 보며내 인생도 차차 썩어가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모과의
0110월
멀리서 빈다 - 나태주

멀리서 빈다

Kaweco Al black dip pen + Esterbrook 968 radio iroshizuku momiji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번
1311월
방문객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206월
Man of Sorrows by Photoshop AI

Solitude – Ella Wheeler Wilcox

Kaweco Al black dip pen + Esterbrook 968 radioOcean Whale Black Solitude Laugh, and the world laughs with you;Weep, and you weep alone.For the
165월
봄 나무 사진

까닭 없이도 끄떡없이 산다

까닭 없이 죽고 싶었다 까닭 없이 세상이 지겨웠고 까닭 없이 오그라들었다 긴 잠을 자고 깬 오늘은 까닭 없이 살고 싶어졌다 아무라도 안아주고 싶은 부드럽게